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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정보/제품리뷰

[도서] 오래가는 것들의 비밀 - 이랑주

by 고하다노트 2020. 10. 19.

2018년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운다" + "아시아권 국가의 변화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라는
거창한 포부를 가지고 여행을 떠났었다.
매일 색다른 것을 보고 배움을 얻으며,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여행 기간이 길어지며, 가끔씩 지치는 나를 발견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스타벅스로 찾아갔다. 그곳에서는 긴장할 일이 없었다.



한국에서 주문할 때와 똑같은 시스템, 유사한 인테리어, 분위기, 음료,
모든 게 익숙했고 그 장소에 가면 편안하게 녹아들었다.




나는 해외에서 한식보다 스타벅스에 위로받는 나를 보며 놀랐다.
그때 매장 한편에 앉아, 막연하게 이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간. 사람들이 편안하게 모이는 곳.
한국으로 돌아와 꿈꿔온 일들을 하나둘 시도하다 보니 어느덧 1년 정도 시간이 흘렀다.

올해 10월에 들어서며, 나는 뭔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처음에 가졌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나는 트렌드에 맞춰 춤을 추는 사이 방향성을 잃었다.
처음에는 수익을 바탕으로 투자하겠다는 목적이었지만
빠르게 수익을 내는 일에 더 집중하며 밸런스도 잃었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책을 검색했다.

그때 우연히 발견한 것이 이랑주 작가님의 책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내 상황에 결부되었다.


01 왜 그 카페만 오래 기억에 남을까
1개가 아닌 1000개를 상상하기

사업을 하다 보면, 시간과 자원이 한정적이다.
그래서 사소한 것들을 놓치게 된다.

"오늘 내로 모든 일들을 다 처리해야 하는데 후다닥해야지
뭘 계속 고민해"

라는 마음이 종종 든다.
그동안 나는 디테일이 중요하다. 그러니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명확한 당위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단원을 읽으며, 그 이유를 정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1000개를 상상하게 되면 달라진다.
그냥 좋은 거, 그냥 예쁜 게 아닌 기준점을 설정하게 된다.
1000개의 매장에서 원하는 "본질"을 담고 "같은 느낌"을 내려면?
내가 아닌 직원이나 동료가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브랜드에 맞는 생각과 행동"을 하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이 쌓이고 쌓여,
브랜드의 명확한 정체성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고 같은 향을 풍긴다.

얼마 전에 영화 "조커" 감독의 인터뷰를 보았다.
"조커가 담배를 피우는지, 아닌지도 그냥 만든 게 없어요."
그런 사소한 디테일 하나도, 이유와 기준점을 가지고 모두가 의논하여 합의점에 도달한 후에 표현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조커 캐릭터를 명확하게 인지하게 되었고 설득되었다.



02 당신에게 60개의 화분이 있다면
나만의 시간을 빨리 쌓으려면

이 챕터는 현재 나의 상황과 상당히 결부되는 내용이었다.
차별화된 디자인을 가진 제품으로 소수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수익적인 리워드가 적었다.
그래서 대중적인 느낌을 가미한 제품으로 테스트를 해보았다.
다수의 눈길을 끄는 듯 보였다.
쉽게 수익이 만들어졌고 돈을 버는 재미는 있었다.
이게 편하다. 돈도 잘 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꾸 머리에 레드 사인이 울렸다.

빠른 수익과 시장의 반응에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다 보니,
시간이 지났는데 "내 것"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었다.
"나를 '일부러 찾아올' 고객을 생각해야 한다"

이 문장을 보자마자 형광펜을 쫙쫙 그었다.

레드 사인은 내 불안함이었다.
다른 데서도 쉽게 따라 할 만한.
더 저렴하게 제공한다면 망설임 없이 떠나갈 고객들.

"일정한 범위 안에서 반복해서 쌓이는 것이 없으면, 아무리 개수가 많아도 의미가 생겨나지 않는다"
"자기가 하는 일의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 반복할 때 더 강력하고 압도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나조차도 그러니까.
분명한 색깔과 이미지가 없다면, 커피나 음식을 먹었음에도 상호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통일된 본인 만의 느낌을 가진 곳은 선명하게 기억된다.
그리고 유사한 조건이 주어지면, 다시 찾아가거나 주변에도 추천해주게 된다.


03 복숭아에 대해 30초 동안 30가지 말하기
자기를 표현하는 상징을 찾는 법

이 챕터까지 걸어오며,
하고 싶은 일,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초반 사업을 시작할 때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 해나가면서 배워나가겠다.라는 마인드로 스타트를 끊었고
그리고 나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치일피일 미뤄온 것 같다.

이제는 나를 찾아야겠다.
그럴 때 필요한 과정들과 방법들을 이 챕터에서부터 설명하고 있다.
내일 출근해서 하나하나 의논하며, 다시 우리 회사의 정체성을 찾아보겠다.

"내 매장을 만들고, 내 물건을 만드는 것은 바로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해야 한다. '나는 이게 너무 좋아요'"

나의 이런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거 같아 기대된다.


04 완벽한 비주얼 컨트롤이 부리는 마법
무의식까지 설계하기

나이키 매장, 미국 LA의 피자가게, 파리 프레데릭 말, 닥터자르트, 이탈리아의 마도바 매장
그리고 작가 본인의 경험담들을 담아 디테일에 디테일까지 신경쓴 브랜드들의 사례를 보여준다.
이 챕터에서는 귀엽게도 .. 작가와 함께 브랜드투어 세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성공적인 비주얼은 행동을 유발해야 한다"
"왜?가 없는 일은 사람의 마음 속을 파고들지 못한다"

비주얼 컨트롤은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었다.
나는 단순하게 사고했었고 그렇게 브랜드를 경험했었다.
그 공간에 가니 좋았고 뭔지 모르겠지만 신선한 또는 좋은 경험을 해서 기억에 남았고 이를 친구에게 공유했다.
하지만 작가의 시선에서 분석된 내용들을 보니, 브랜드들의 정성에 감탄이 나왔다.


05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의 힘
내 제품의 고향은 어디인가




06 새로운 세대가 좋아하는 올드함의 비밀
처음 만나는 이들이 더 환호하게 하자

"항상 나를 처음 만나는 고객의 시선을 따라가라"
나에게는 이 것이 어마어마한 팁이었다.
모든 정의를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으로 좁히니,
명확해지고 시야가 분명해졌다.


07 디지털 시대에 더 빛을 발하는 아날로그의 힘
촘촘하게 스며드는 이들의 비밀

애플스토어의 사례가 나온다.
이 브랜드의 매장 인테리어와 경험요소들을 통해 설계된 부분을
분석한 내용을 보며
작년에 이탈리아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을 구입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나의 경우, 원래 삼성폰만 약 7년을 써왔다.
그러다 여행 도중 핸드폰을 분실하여 급히 찾아간 매장이 애플이었다.
나는 이 브랜드의 고객이 아니었음에도,
애플스토어에서 산다면 속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이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였다.
알 수 없는 신뢰가 있었다.

게다가 친절하고 친구같았던 직원은 여행객인 나를 배려해주며
바로 개통이 되도록 도왔고 필요한 어플들의 설치를 도왔다.

어렴풋한 신뢰가 확신이 되었고 호감이 생겼다.
나는 그 날부터 애플이 좋아졌다.
이 후, 다른 제품을 살 때도 애플 제품을 꼭 목록에 넣어 비교했다.

정확한 비주얼 설계가 만들어 낸 "단 하나의 감정 이미지"
그건 정확히 내가 경험한 일이었다.

이 모든게 촘촘하게 설계된 바탕에서 나에게 작용했다는 것을 상기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작가의 생각과 이론들을 나열하기 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의 사례나 본인의 경험담을 통해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용들이 눈으로 그려진다. 이미지들이 명확하게 뇌에 인지되어, 읽다 보면 설득되고 이해하게 된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
예를 들면, 처음부터 브랜드 설정 잘 짜놓으면 좋지. 그런 거 다 알죠. 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안 하고 있다면, 우리는 모르는 것이다.

정말로. 제대로. 잘. 인지하고 있다면, 절대 지나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을 세심하게 쪼개서 조목조목 설득하며 이미지를 그려준다.
비주얼 전략가는 책에서도 다른 듯하다.

그래서 사업하는 분들이 있다면, "아 그런 거 알아"라며 지나치지 말고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사업을 하다 보면,
또는 어떤 일을 길게 하다 보면
항상 자신을 점검해 볼 필요도 있다.
알고 있는 것도 실행하지 못하고
분명 알았던 것도 잊어버리게 된다.
우스운 것은 내가 남에게 지적하던 부분들도 스스로 못하고 있더라.

책을 덮고 난 후,
나의 사업과 상황을 제3자의 마음으로 돌아보았다.
엉망이다.

그래도.
괜찮다.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고
계속해서 배우며
다양한 분들의 조언을 얻는다면
결국 맞는 방법들을 찾고 나의 길을 개척하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생길다. 오래 보자.

마지막 에필로그 장에 남겨진 따뜻한 말들을 읽으며, 많이 위로받았다.

작가님, 좋은 책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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